전기숙: 파생된 시간, 기억의 층위를 그리다. 김미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기획&비평) 전기숙의 회화는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습관적으로 일기를 대신해 하루의 일상과 풍경을 기록해 오고 있다. 인상파의 화가가 매순간 변화하는 풍경을 그리는 것처럼 그는 사진을 찍어 기억을 저장한다. 이후 그림의 소재를 선택할 때 기억의 저장소 앨범인 컴퓨터 파일에서 사진을 선택한다. 사진은 명백하게 화가 자신이 찍고 싶은 상황으로 선택한 시간과 공간을 저장했지만 기억은 완벽하게 떠올릴 수 없다. 사진이 기억의 단편인 것을 기인해 작가는 당시의 내러티브로부터 새로운 연극적 상황까지도 설정하는 것을 즐긴다. 전기숙은 사진이 가지는 기억의 단편적 장착을 포함한 은유적 내러티브와 사실적 재현만이 ..
집합되어 있는 기억의 입자들 이선영 (미술평론가) 6월에 열린 2인 전 ‘망설이는 풍경’에 전시된 작품을 비롯하여, 근 2-3년 간 전시회나 오픈스튜디오 등에서 발표된 전기숙의 작품 기조를 이루는 것은 기억이다. 30대 중반으로, 추억과 향수에 젖어들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골에 살다가 대학 때 서울로 유학을 온 경험은 현대 도시인이 가지기 힘든 고향의 기억이라는 것을 남겼고, 성인이 된 후에도 숱한 여행을 통해, 사진이나 작품으로 보고 느끼고 겪었던 일을 추체험하는 것은 생활이 되었다. 교통수단과 레저 산업의 발달로, 시공간의 급격한 전환이 낳는 느낌은 심미적 체험과 깊이 연결된다. 그래서 작가들은 예술적 과정과도 겹쳐질 수 있는 거리두기를 체험하기 위해 그토록 여행을 다닌다.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