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가족의 한 해프닝을 회상하면서 언니와 나는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 분명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있었음에도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는 상황이었다. 이렇듯 한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주장, 시선, 해석. 즉 불확실한 기억과 상대적인 입장차이는 나의 오래된 생각거리이다. 각 존재마다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다르고, 이에 따라 우열로서 나눠질 수 없는 다양한 해석을 한다. 당연시 되는 인식의 틀에서 이런 상대적인 의견 차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치로, 인간과는 꽤 다른 곤충의 시각구조를 빌어와서 지금의 작업방식을 시작하였다. 곤충의 분열된 시각을 통해 인간과는 다른 시선을 강조하던 초기 작업에서, 현재 작업은 우연히 발견한 1930년대 유럽인의 것이라고 추정되는 옛 가족..
" 찍힌 사진 데이터의 날짜는 분명 과거의 기록임을 말하지만, 그 사진을 통해 기억이 불러일으켜진 순간, 또 다른 기억이 현재에 다시 태어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버릴 기억들을 한 장의 사진이라는 기록물로 남겨서 애써 변하지 않게 붙들고자 하지만, 사진으로 찍혔던 최초의 순간과 사진이미지를 통해 회상된 기억들 사이의 간극은 꽤나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한 부분씩 구조 속에 촘촘히 들어앉은 이미지의 조각들은 마치 부분부분 파편화되었던 기억들을 애써서 더듬어 재생시키려는 고집스러움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기억들을 캔버스 위에 물감과 붓질로 분해시켜 버리는 제스쳐 이기도 하다. " The dates marked on photographs clarify they were recorded in 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