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未完)의 시선, 의미의 분신술 -전기숙 개인전 어느 날 아침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Gregor Samsa)는 자신이 벌레가 되었음을 발견한다. 벌레의 언어를 갖게 되어 소통이 단절되고, 여러 개의 짧은 다리로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약 백 여 년 전에 출간된 카프카의 소설 『변신』은 벌레가 된 인간을 통해 소외를 이야기한다. 전기숙 작가는 이 소설에서의 ‘변신’이라는 사건을 조금은 다르게 해석해 본다. 다른 존재가 된다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전기숙의 작업은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작가가 선택한 새로운 시선은 곤충의 눈이다. 겹눈으로 본 세상처럼 수많은 면으로 분절되고, 각각의 면속에서 형상은 부분적으로 반복된다. 새로운 시선은 잠자가 느끼듯이 낯설기 때문에 ..
Event Horizon - 사건의 지평선 “빛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는 인간에겐 빛이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내부는 알 수 없다. 사건의 지평선은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되는 블랙홀의 경계영역을 칭하는 천체용어로써, 인간이 사건을 인식할 수 있는 한계선이며, 다가갈수록 시간은 점점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다가 지평선에 이르면 시간이 멈춘 것으로 관측되어 관측자와의 서로 다른 시간개념을 갖게 된다.” 메두사호(The Raft of medusa) oil on canvas 2014 391x194cm Crystallized moment -on the boat oil on canvas 180x242 2013 시녀들 (Las Meninas) oil on canvas 260 x 194cm ..
전기숙: 파생된 시간, 기억의 층위를 그리다. 김미진 (홍익대 미술대학원 교수, 기획&비평) 전기숙의 회화는 사진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습관적으로 일기를 대신해 하루의 일상과 풍경을 기록해 오고 있다. 인상파의 화가가 매순간 변화하는 풍경을 그리는 것처럼 그는 사진을 찍어 기억을 저장한다. 이후 그림의 소재를 선택할 때 기억의 저장소 앨범인 컴퓨터 파일에서 사진을 선택한다. 사진은 명백하게 화가 자신이 찍고 싶은 상황으로 선택한 시간과 공간을 저장했지만 기억은 완벽하게 떠올릴 수 없다. 사진이 기억의 단편인 것을 기인해 작가는 당시의 내러티브로부터 새로운 연극적 상황까지도 설정하는 것을 즐긴다. 전기숙은 사진이 가지는 기억의 단편적 장착을 포함한 은유적 내러티브와 사실적 재현만이 ..